[2002전국대학평가]항공우주공학과-대학들 개발경쟁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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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국내 항공우주공학 관련 학과들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무인 비행체(UAV·Unmanned Aerial Vehicle)의 개발이다.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고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체다.

하지만 모형항공기와 달리 자동제어 장치가 탑재돼 스스로 지정된 위치까지 자동 비행해 주어진 임무를 하기 때문에 군사용은 물론 위험지역 탐색 같은 산업용으로서 가치가 크다.

또 사람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급회전·급상승·급강하 등 유인 비행체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기능도 부가되며 초소형으로 개발할 경우 군사 및 산업 첩보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 교통(交通)대학 연구팀은 땅콩 위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스파이 헬리콥터의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대학들이 UAV에 관심을 보이는 더 큰 이유는 개발 비용이 적어 개발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고, 크기도 작아 학교에서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작은 기체 내에 모든 항공 관련 장치가 탑재되는 만큼 선진국이 기술 이전을 꺼리는 유도·제어·센서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분야다.

건국대 윤광섭 교수는 "대형 비행체에 집착할 경우 4년 내내 이론만 배우지만 소형 무인 비행체를 연구하면 학교에서도 시스템적 접근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대 홍성경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미군이 사용하는 무인 비행체 대부분을 제작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형 항공기는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무인 비행체의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2개 대학 중 세종·건국·인하·울산대와 과기원이 이 분야에 대한 특성화를 선언하거나 준비 중이다. 더욱이 최근 과학기술부가 스마트 무인 항공기 개발 사업을 '프런티어 사업 분야'로 선정,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1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어서 각 대학 항공학과들의 연구경쟁도 더 불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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