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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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2000년 초 휴대전화에 mp3플레이어가 부착된 'MP3폰'이란 신제품이 경쟁적으로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실패했다. 플립형에다 메모리 착탈방식으로 개발돼 사용하기에 불편했기 때문이다. 무겁고 부피가 큰 단점도 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혼자 연구개발과 생산·마케팅·판매까지 하다보니 시장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면서 "중소·벤처기업과 연구소 등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 측의 주장은 다르다. 국내 연구소와 중소기업들은 공동개발하고, 생산을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된다는 것. LG전자 박형일 부장은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시장대응도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기업 혼자 몽땅 다한다. '모여서'하는 클러스터는 국내에 없다.

가령 삼성전자는 수원에 연구·개발부서가 있고, 생산은 구미공장에서 하고 있다. LG전자도 연구·개발은 서울(구로동)과 안양에서 하지만, 생산은 서울(구로동)에서 한다. 대학·연구소 등과의 협업시스템도 활발하지 않다. 기업들이 한때 정부 산하의 전자통신연구소(ETRI)와 같이 전(全)전자교환기와 3세대 이동통신시스템 기반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다.

혼자 하는 시스템으로 응용기술이나 제품생산은 앞서 갈 수 있다. 그러나 기초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은 바이오·환경 등 여러 분야와 융합할 것"이라면서 "기초기술 없이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의 기술전쟁을 대비한 클러스터 구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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