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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나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7호 11면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어릴 적엔 ‘미류나무’나 ‘포플러’로 불렸습니다.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 ‘미류나무’였습니다. 이제는 ‘미루나무’입니다. 전래동요도 아니고 ‘흰구름’이라는 외국 곡에 박목월 선생이 우리말을 붙인 동요. 이렇게 미루나무는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나의 ‘미류나무’는 시골 마을로 들어서는 신작로 따라, 혹은 산 고개 넘는 길 따라 늘어선 가로수로, 언제나 정겨움을 주는 나무였습니다. 이제는 신작로나 고갯길이 포장도로가 되면서 뽑혀나가 쉬이 볼 수 없습니다.

궂은 세월을 버틴 미루나무가 마을 뒷산에 있습니다. 허우적허우적 걷는 논길 끝에, 스멀스멀 덮치는 비구름에 우뚝한 미루나무.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되돌려 세웁니다. 아련히 떠오르는 지난 시간은 그때 미처 몰랐던 한스러움입니다. 장마의 끝자락이 남긴 비구름도 이제는 지난 시간으로 남깁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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