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에너지 혁명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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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주 파리 모터쇼에선 제너럴 모터스(GM)의 혁명적 신차 '하이와이어'가 첫선을 보였다. 이 차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움직인다. 하이와이어는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과 석유 문명으로부터 수소시대로의 이행을 상징한다.

GM은 이 차의 개발자금을 댄 반면 대부분의 기술과 디자인,소프트웨어는 유럽에서 개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접근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지구정상회의에서 극명히 드러났었다. EU는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의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반대했다. EU가 대체 에너지와 수소시대로의 이행을 위해 산업계·연구소·일반대중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석유를 안전하게 확보하는데 더욱 집착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지질학자들은 석유생산의 정점이 언제가 될지에 의견이 엇갈린다. 그 시점 이후에는 석유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석유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그 시기가 2010년 이전이나 늦어도 2020년 이전에는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낙관론자들은 2040년까지는 오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봤자 그 차이는 20∼30년에 불과하다.

확실한 것은 일단 석유생산이 정점에 달하면 남은 석유의 3분의2는 세계적으로 정세가 가장 불안한 중동에 묻혀 있을 것이란 점이다.

같은 석유기업이지만 유럽에 기반을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로얄 더치 쉘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이행을 위해 대체 에너지와 수소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반면, 미국의 엑손모빌은 화석연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대체 에너지나 수소 연구에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EU는 현재 탄소 연료로부터 수소시대로의 이행을 추진하는 최초의 강대국이다. 다음 반세기에 걸친 에너지 체제의 변화는 석탄과 증기기관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경제트렌드 재단 이사장

정리=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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