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좋았어! 최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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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영광과 좌절, 그리고 도전.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인 선수들에게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은 분명했다.

맏형격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 초 당한 부상 여파로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했으나 김병현·김선우·최희섭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박찬호와 포크볼

박찬호는 올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28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8이닝 6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올시즌 성적은 9승8패, 방어율 5.75. 1997년 이후 이어오던 두자리 승수 행진도 중단됐다.

박찬호는 25경기에 등판, 1백45와3분의2이닝을 던져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해 선발투수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박찬호는 28일 경기 후 "산에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던졌다"며 여운을 뗀 뒤 "내년에는 포크볼을 새 무기로 장착하겠다"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김병현과 복수전

'태극 잠수함'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김병현은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17-9로 크게 앞선 9회초 등판,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이날 승리로 팀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에서 김병현이 세이브와는 상관없이 마무리로 등장한 것은 그에게 거는 높은 기대치와 두터운 신뢰를 보여준다.

김병현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뉴욕 양키스전 홈런 악몽을 겪고나서 간이 커졌다. 이제 정상에서 멋진 설욕전을 벌이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선우의 이적 후 첫승

'서니'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는 29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8과3분의1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으로 내셔널리그 데뷔 첫승을 신고했다. 낮게 공을 뿌리는 제구력, 지능적인 투구는 김선우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김선우는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손가락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시즌 막판에 보여준 인상적인 투구로 내년시즌 주전 선발로서의 보증수표를 받은 셈이다.

◇최희섭의 밀어치기 역전 홈런

'걸리버' 최희섭(시카고 컵스) 역시 같은 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때리며 홈팬들에게 첫 홈런을 선사했다.

최희섭은 1-2로 뒤진 6회말 2사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바깥공에 약점을 말끔히 씻는 밀어치기였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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