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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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 달의 심사평
겹치기 시상 전개 솜씨 탁월 … 씹을수록 맛이 난다

정말 무더운 여름이다. 3년 가뭄 끝에 천둥과 번개를 냅다 뚫고 와서 대지를 난타하는 빗줄기 같은 시원한 작품이 정말 그립다.

이 달의 장원으로는 송필국 씨의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들어올렸다. 이 작품은 해묵은 대갓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일견 퇴영적인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머나먼 월남 땅에서 이 고풍스런 대갓집으로 시집온 한 여인이 갖가지 곡절을 겪으면서 새 생명을 잉태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아프게 형상화되어 있어 오늘 날의 현실 문제와도 첨예하게 맞닿아 있다. 뱁새, 즉 붉은머리오목눈이에다 어눌한 월남댁을 겹쳐놓으면서 시상을 전개하는 솜씨가 범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겨운 첩어와 잊혀져가는 우리말들이 곳곳에 양념처럼 섞여 있어서 씹을수록 맛이 더 나는 시조다.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했던 작품은 구애영 씨의 ‘시계풀’이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생활 공동체인 공생원을 향하는 서정 자아의 애정 어린 눈길이 시계풀을 매개로 하여 나지막하면서도 차분하게 직조되어 있다. 게다가 가락도 자연스럽고 전체적인 느낌도 참 따뜻하다. 그러나 셋째 수에서 전반적으로 밀도가 다소 떨어진 것이 옥의 티였다. 특히 시조 3장 가운데 시적 긴장이 최고도에 이르러야 할 종장의 1·2음보가 너무 평범하게 처리된 것이 아쉬웠다. 차하로는 오창래 씨의 ‘공양’을 뽑았다. 빗소리에 비유된 시위대의 말발굽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텃밭 풍경이 잘 차려진 밥상처럼 환하다. 군데군데 보이는 안이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극복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다. 마지막까지 놓아버리기 섭섭했던 것은 김원·김태형·김숙향 씨 등의 작품이었다. 살아 펄펄 뛰는 신선한 감각과 땀 냄새가 확 풍기는 구체적인 언어, 시조 3장의 정제된 가락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주었으면 한다.

<심사위원 오종문·이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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