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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암 조기검진사업에 전립선암 포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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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립선암은 1996년 이후 남성 10대 암에 들었고, 2003~2005년 보건복지부 통계공표에서 남성암 5위로 진입했다. 주요 암종의 발생분율에서도 전립선암은 전체의 3.3%로, 국가암 검진 항목 중 하나인 자궁경부암의 2.2%를 넘어섰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립선암은 50세 이후의 연령에서 발생률이 급증해 고령화 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암이다.

2008년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암 검진대상 항목인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보다 높고, 유방암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암 검진 대상에서 빠진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보다 무려 22% 낮고 일본과 유럽연합보다도 낮다.

남성암 사망률에서도 전립선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0.5%에서 2008년 2.4%로 남성암에서 7위의 사망률을 보이며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조기검진 방법인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는 1990년도에 국내에 도입되었으나 시행률이 낮아 연도별 전립선암 사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는 혈청 전립선특이항원검사 도입 이후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전립선암 사망이 현격하게 감소되었다.

현재 국가암 조기검진사업에서 여자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의 5개 암에 대해 시행되는 반면, 남자는 위암·간암·대장암의 3개 암에만 적용된다.

과거와 달리 전립선암은 남성암 발생률 5위, 사망률 7위로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하지만 전립선암 관리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미흡한 감마저 든다. 현재는 전립선암 조기검진을 개인적인 차원의 민간검진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검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렴한 비용의 간편한 혈액검사인 PSA검진을 국가암 조기검진사업에 도입해 정기적인 검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고, 식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변화하는 암 역학에 맞게 국가암 조기검진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이사 한림의대 비뇨기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