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대학 측에 “이 학교 2학년 재학중 세상을 떠난 딸이 생전에 받았던 세 학기 분 장학금 200만원에다 살았으면 다녔을 나머지 다섯 학기 분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출간한 자신의 시집 『49일』의 인세도 전액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학금 기부는 먼저 간 사람을 위해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먼저 갔으면 내 딸도 유산으로 남을 돕기 위한 기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딸 서혜(20)씨는 지난 5월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졌다. 항상 밝고 애교가 많았던 막내딸이었기에 김씨는 처음엔 도저히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괴로움에 술을 마시려고 하면 딸이 해줬던 달걀말이가 생각났다. 전화벨 소리가 울릴 때마다 ‘지금 가요’라는 딸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김씨는 장례식 날부터 49재 막재까지 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절절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시집 『49일』이다. 김씨의 시집은 출간 한 달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도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김씨는“딸을 생각하며 쓴 시를 모은 시집인 만큼 그 인세를 딸의 학교에 기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혜씨는 지난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공학과에 입학한 뒤 세 학기를 다니면서 한 번도 성적우수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 장례식 때는 1000명이 넘는 친구가 찾아왔을 정도다.
김씨는 “내 자식만 소중하고 예쁜 줄 알았는데 지금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고맙다”라며 “먼저 간 딸이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로 뜨게 해 준 만큼 앞으로 출간하는 다른 책의 인세도 장학금 등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대 최준영 총장은 “기부받은 장학금을 생전에 서혜 학생처럼 학교생활에 적극적이고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을 위해 값지게 쓰겠다”고 밝혔다.
시흥·안양=최모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