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5년 만에 1등 중학교가 됐습니다…도쿄 첫 민간인 출신 교장의‘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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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전선영 옮김, 부키
244쪽, 1만2000원

2003년 일본 도쿄의 스기나미 구립 와다중학교에 ‘도쿄도 최초의 민간인 출신 교장’이 취임해 ‘와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후지와라 가즈히로 교장이 썼다. 도쿄대 경제학과를 나와 취업정보회사인 리크루트에서 25년간 일해온 비즈니스맨 출신인 그가 추진한 ‘좋은 학교 만들기’ 분투기다.

가즈히로 교장은 취임 이후 5년 동안 와다 중학교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성적을 쑥쑥 올려놓은 것은 물론이다. 취임 1년 후 구 5위 안으로 진입했던 학교가 2008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학교에 대한 평판도 올려놨다. 2003년 169명이던 학생 수가 2008년 380명에 달했다. 그러나 성적 향상은 그가 추진한 교육개혁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였다. 책이 주는 감동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

가즈히로 교장에 따르면 ‘학력’이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학력을 높이는 것은 수업 만이 아니란다. 급식, 교육환경, 생활지도교육, 어른들의 열정이 담긴 활동 등 모든 것이란다. 이 학교의 ‘세상’ 과목, 열린 교장실 도서관, 토요 글방, 방과 후 수업, 영어 어드벤처 코스, 4학기제, 학교개방 등 와다 중학교의 특별한 프로그램엔 이런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 여장(女裝)하는 남성을 수업 시간에 초청해 ‘차별’을 주제로 토론하게 하고, 사회학자를 초청해 ‘자살’을 주제로 한 역할극과 토론까지 하게 하는 대목은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책을 통해 가즈히로 교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선,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무균(無菌)상태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오히려 개방하고 토론을 맘껏 하도록 도와주는 게 더 교육적이라는 얘기다.

학교는 참여·개방형이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도 두드러진다. 대학생, 학부모, 기업, 다른 학교 등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과 ‘기회균등’의 의미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순위 매기기가 싫다고 모두 손잡고 골인하는 게 ‘평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즈히로 교장은 “내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이렇게 내버려두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움직였다”며 “교육개혁은 전례주의를 깨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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