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美 대통령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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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르윈스키 사건의 실마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통화 기록에서 풀렸다. 스타 특별검사는 백악관 기록 관리실의 이 기록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르윈스키와 언제, 얼마 동안 통화하고 만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은 24시간 모두 기록된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언제, 누구와, 얼마 동안 통화하고, 만났는지 일지로 작성된다. 대통령 집무 부속실 근무 비서가 작성한 이 기록은 매일 저녁 백악관 기록 관리실에 전달해 보관한다. 이런 관행이 생긴 것은 닉슨 대통령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이 만들어지면서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활동과 지시·결정·정책들이 문서로 기록·보관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사적 활동 기록으로 분류돼 보관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것, 기타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작성한 것이 아닌 대통령의 일기나 문집·메모뿐이다.

공식 기록이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파기할 수 있지만 그것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백악관 기록물 관리책임자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 직원이 이의를 제기하면 대통령은 의회에 60일간 검토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20여명은 모두 독립적인 연방기관인 국립기록물보존관리청 출신 베테랑들이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이들은 바꾸지 않는 게 관례다.

조선시대 사관(史官)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오히려 공식 기록만 남기고 있다. 기록의 부재는 청와대를 밀실로 만들어 각종 의혹과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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