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속아서 샀는데 카드할부금 안낼수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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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지난해 퇴직하신 형님이 할부금에 일정 수익금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자판기회사 영업사원의 말을 믿고 4백만원짜리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카드사 측은 지급거절 대상이 아니라며 받아주지 않아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까지 했습니다. 구제받을 방법이 없나요?

"보통 신용카드나 할부금융사를 통해 할부로 물건을 구입한 뒤 마음이 바뀌어 사지 않기로 했다면 결제 후 7일 이내에 카드사에 지급거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보장된 이 권리를 철회권이라고 합니다.

물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거나 배달을 약속한 시한을 훨씬 넘겨서도 물건이 오지 않을 경우, 판매점에서 A/S(하자담보책임 기한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을 경우에도 구입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항변권이라고 하는데 할부원금이 남아있는 한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회·항변권을 주장할 수 없는 예외가 있습니다.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상행위를 위해 구입한 경우입니다. 다단계로 물품을 구입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의 취지상 영리행위까지 보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도 자판기를 구입해 상행위를 하고 특히 그에 따른 일정한 이익까지 보장받는 계약인 만큼 항변권 대상은 아닙니다. 계약 자체가 사기지만 카드사를 통한 구제방법은 없는 셈입니다. 금감원은 최근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다며 자판기 구매계약만 체결한 뒤 도주하는 사기가 늘고 있으므로 대금을 결제하기 전에 판매사의 신용상태를 파악한 뒤 신중하게 거래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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