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경제, 日 닮아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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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유로권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 닮은꼴의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독일의 2분기 국내 최종판매(무역과 재고의 성장 기여도를 제외한 국내총생산)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수치는 1993년 경기불황기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국내 최종판매도 0.8%가 줄어 2분기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국내 최종판매는 지난 1년간 2%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FT는 독일과 일본은 모두 실질 단기금리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태라면서 유로권에 포함된 독일은 금리정책 결정권이 유럽 중앙은행으로 이관됐기 때문에 독자적 금리정책 수행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경우 명목 단기금리가 이미 0% 이하로 떨어진 데다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통화 당국이 금리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없어졌다면서 두 나라에서는 거의 유사한 결과로 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자국 통화의 강세 현상도 공통점이다. 독일은 유로권의 주요 무역상대국과 환율이 일정하게 고정돼 있기 때문에 평가절하의 폭이 좁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설명이다.

일본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큰 폭의 평가절하가 불가능한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울러 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유로권 안정화 협약 하에서 독일 연방정부는 역내 국가보다 재정적자를 더 늘릴 수 없게 돼 있다.

일본도 이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대폭 확대된 상태라 추가로 재정 적자를 늘리는 데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양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점도 똑같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10년간 독일과 일본의 실업률은 각각 2.3%포인트와 3.3%포인트씩 상승했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실업률은 평균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양국 노동시장이 비효율적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편 독일과 일본은 향후 40년간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양국 기업들이 투자자금 유치에서 증시 등 시장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은행권 부실로 신규투자 및 사업 위축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도 경기침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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