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팝스타들 무대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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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머라이어 캐리·휘트니 휴스턴·핑크 플로이드·바버라 스트라이샌드….

세계 팝계를 주무르며 공연할 때마다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이들 스타들이 대형 공연장을 점점 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천억 원이 왔다갔다하는 공연 시장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놓여 미국 대중음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미 대중음악 전문지인 빌보드는 최근호에서 "톱가수들이 공연 무대를 떠나고 있다"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공연 산업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한탄했다.

이들 스타의 세계 투어 공연은 말그대로 '움직이는 황금알'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94년 한 해 공연으로 1억3백만달러(약 1천2백30억원)를 벌어들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2000년 봄 단 9회 공연으로 7백만달러(약 84억원)를, 마이클 잭슨도 97년 40회 세계 투어 공연으로 8천3백만달러(약 1천억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핑크 플로이드·롤링스톤스·이글스·엘튼존·빌리 조엘 모두 한해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 1백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무대에만 서면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이들이 정작 공연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가수들의 '신비주의 전략'을 꼽고 있다.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낼수록 값이 떨어진다는 자명한 이치에 따라 스스로 무대 앞에 서길 꺼린다는 것이다.

스타들의 잦은 은퇴선언도 공연계에 심한 갈증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최근 몇년새 티나 터너·키스·가스 부룩스가 줄줄이 은퇴했다. 한 가수 매니저는 "일단 은퇴한다고 발표하거나 은퇴공연을 한다고 해서 영영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십중팔구 언젠가는 다시 무대로 나올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돌아오는 가수보다 떠나는 가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실정이다.

80∼90년대 대형 공연을 통해 명성과 큰 돈을 거머쥔 빅 스타들이 공연계를 떠나는 현실에서 그 자리를 메울 빅 스타는 아직 요원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젊고 섹시한 가수가 분투하곤 있지만 공연장을 찾는 대부분의 팬들이 돈없는 10대이고 보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공연기획자들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에서다.

마돈나·머라이어 캐리 등 공연장을 압도하는 빅 스타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대중음악 공연계는 당분간 우울증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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