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형제 독일로 난다… 윤경민, 형 따라 분데스리가 진출 눈앞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결혼식장에서의 형제. 오른쪽이 신랑 경민.

비인기종목의 스타는 서럽다. 아무리 잘나가는 선수도 사람들이 몰라볼 때가 많다. 한국 핸드볼 최고 골게터 윤경신(32.독일 굼머스바흐)도 그렇다. 최근엔 아테네 올림픽 득점왕(58골)이었고, 1994년 히로시마게임과 95, 97년 세계선수권대회 득점왕이었던 그다.

96년 독일로 진출해 현재 독일 리그 통산 득점 3위(현역 선수 중 1위)에 연봉(약 5억원)도 5위 안에 든다. 2001년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한데…. 그의 동생 경민(26.전 충청하나은행)이 이지현(25.숭의여대 무용학과 졸업 예정)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지난 8일. 시즌 중 잠시 귀국한 윤경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핸드볼 관계자들뿐이었다.

일부 하객은 오히려 결혼식 사회를 본 최현호(29)와 사진을 찍으려고 몰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여섯번이나 득점왕에 오른 윤경신보다 핸드볼을 그만 두고 연예계로 간 최현호가 더 인기다.

그래도 윤경신은 "막내(3남매 중 경민이 셋째)가 장가를 드니 기분이 새롭다"며 내내 흐뭇해 했다.

"제가 1년여 전에 신부를 소개해 줬다"면서 "그러니 잘 살아야지요"라고도 했다.

아테네 올림픽 때 나란히 국가대표로 뛴 윤경신.경민 형제가 조만간 독일에서 함께 뛸 참이다. 형이 소속된 굼머스바흐의 리하르트 라트카 감독이 경민에게 호감을 보여 지난해 11월 초 입단 테스트를 했다. 계약이 거의 성사될 상황에서 연습게임 도중 왼쪽 무릎 인대가 끊어져 올 시즌 독일 진출은 일단 무산됐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경민은 "형과 나란히 뛰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일단 굼머스바흐에서 훈련하면서 다른 구단도 노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혼여행을 마친 뒤 이달 말 아내와 함께 독일로 건너갈 예정이다. 형 경신은 10일 먼저 독일로 돌아간다.

경민은 "핸드볼을 시작한 것도, 독일에 가는 것도, 결혼도 모두 형이 이끌어주고 있다. 한땐 형의 그늘 때문에 갑갑하기도 했지만 이젠 같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신도 "아테네에서 동생과 경기할 때 호흡이 척척 맞았다. 빨리 함께 뛰고 싶다"고 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