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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난민캠프에 꽃핀 '인술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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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주도(州都) 반다아체에서 12㎞가량 떨어진 아체 브사르의 한 주택. 외교통상부 산하 개발도상국 지원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한국에서 온 봉사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임시 사무소로 쓰고 있는 곳이다.

한충식 사무소장과 직원 세 명은 이날 한국에서 날아온 구호물자를 챙기고 아체 지역으로 들어오는 국내 의료진의 숙소와 진료 장소, 통역 등을 물색하느라 분주했다.

한충식 소장은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약속에 따라 아체주정부에 의약품.식품 등 70만달러어치의 구호물자를 조만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체주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봉사단 150여명이 속속 도착,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중 100여명이 반다아체에 머물며 다치거나 병든 이재민들을 치료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 한국 봉사단 중 가장 먼저 아체주에 도착한 '기아대책' 의료구호팀은 반다아체 시내의 한 이재민 보호소에서 하루에 200~3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의사.간호사 등 20명으로 구성된 '글로벌케어' 의료구호팀은 지난 8일 반다아체에 도착, 현지 재해대책본부로부터 자이널 아비딘 아체주립병원을 배정받고 곧바로 이재민 진료에 착수했다.

또 서울시 의료단은 인도네시아 군인 병원에서, 한국의사협회 소속 의사 20명은 인도네시아 의사협회 소속 의사들과 함께 이재민 캠프에서 각각 활동에 들어갔다. KOICA 자체의 의료봉사단 12명도 12일 인도네시아에 입국해 의료활동에 가세한다.

지난 8일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카르타 하림 공항에서 한국 봉사단 70명을 태우고 떠나는 호주의 군 수송기에 직접 올라와 "인도네시아 국민을 돕기 위해 이국 땅을 찾아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한편 '죽음의 땅'으로 불렸던 반다아체는 도로와 통신이 복구되면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있다.

주요 도로들은 대부분 복구돼 각종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과 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갔다. 곳곳에서 트랙터 등 중장비가 무너진 가옥과 도로의 쓰레기를 치우는 투입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야채.쌀.감자 등 각종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가게들은 문을 열었고 은행도 영업을 재개했다. 유선 전화는 여전히 통화가 어렵지만 휴대전화의 통신상태는 비교적 양호해졌다. 거리에 천막을 깔고 앉은 이재민들은 외국인들을 향해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등 주민들도 한결 평온을 되찾았다.

반다아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기아대책의 김누가씨는 "항공모함을 타고 온 미군 병사들이 며칠 전부터 시신 처리 작전을 펼쳐 시내에 방치됐던 시신은 대부분 수습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가 집중된 해안가 주변지역은 여전히 접근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폐허와 시신더미가 수㎞ 이상 이어져 있었다.

반다아체(인도네시아)=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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