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39세 김덕영씨…헌혈 200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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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몸무게 70㎏가량 되는 성인 남자의 혈액량은 대략 5000㎖라고 한다. 한번에 500㎖쯤 뽑는 성분 헌혈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혈액량의 20배쯤을 헌혈한 사람이 있다. 평생 70배 정도 헌혈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바로 김덕영(39.ING생명 컨설턴트)씨다.

그가 10일 우리나라에서 최연소로 200번째 헌혈을 한다. 이에 맞춰 중앙혈액원이 감사의 표시로 200회 헌혈 확인증을 주는 기념식을 마련한다. 중앙혈액원에 따르면 그보다 많이 헌혈한 사람은 218회를 한 50세 남성 뿐이다.

그는 공군사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8년 4월 19일 처음 헌혈했다. 지금까지 그때의 헌혈증을 갖고 있다.

"조종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적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무렵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 신부께서 군종 신부가 되라고 권하시더군요.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3년 만에 하느님이 예비하신 길이 이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요."

그는 대신 몸으로 봉사하는 길을 찾았고, 헌혈을 택했다. 94년 군에서 제대한 이후엔 정기적으로 헌혈했다. 두달에 한 차례 할 수 있는 전혈(全血) 헌혈보다 2주 만에 할 수 있는 성분 헌혈을 주로 했다. 그는 아는 사람의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것을 알고 골수 기증 서약을 했다. 지난해 10월엔 기증 수술도 했다.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제 골수를 필요로 한다면 또 침대 위에 눕겠습니다."

"왜 그렇게 죽자사자 헌혈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경제적으로는 남을 도울 여유가 없으니 몸으로라도 돕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피가 부족해 연간 500억원어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건강한 피'를 제공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술도 극도로 자제한다고 했다. 장기 기증 서약도 했다는 그는 "96년 결혼한 아내가 처음엔 '내가 죽으면 지체없이 병원에 연락하라'는 말에 질겁했는데 요즘은 '기꺼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며 웃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신인섭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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