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이모저모] 피해현장엔 인신매매범 우글우글

중앙일보

입력

지진해일로 3만5천여명의 아동이 부모를 잃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에 아동 인신매매범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고아들의 부모나 친척으로 위장해 인신매매에 열을 올리다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독일 정부가 지진해일 피해국들에 미국.일본보다 많은 지원를 약속한데 이어 독일내 민간 모금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원조액 과다논란과 함께 구호자금의 정치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카르타 주재 국제가톨릭이주위원회의 킴 워렌 인신매매 퇴치국장은 9일 "35만여명이 수용된 아체주 난민촌 주변에 부모나 친척으로 위장한 인신매매범들이 우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부로 위장한 한쌍의 남녀가 지난 4일 아체주 주도 반다 아체에서 부모라고 속이고 네살짜리 남자 아이를 메단으로 데려갔다가 아동 인신매매범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부부는 행색을 수상하게 여긴 유엔아동기금(UNICEF) 대원들로부터 몇가지 질문을 받고 일관성 없는 대답을 했다가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메단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비정부기구(NGO) 대원들은 "아체주에서 한밤중에 고속정을 이용해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옮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인신매매범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연간 10만명 정도의 어린이들을 납치해 남자의 경우 불법 입양이나 강제노역으로 넘기고 여자는 대부분 매춘업체에 판매한다.

캐럴 벨라미 유엔아동기금 사무국장은 "대참사로 인한 혼란을 기회로 어린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무리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시민들이 지진 해일 피해 구호를 위해 내는 성금액이 독일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8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민간 모금 감시단체인 사회문제연구센터(DZI)가 그동안 독일 40대 구호단체에 접수된 지진해일 피해 구호 성금을 집계한 결과 모두 3억3천만 유로에 달했다. DZI의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62%가 이미 성금을 냈으며, 5%만 성금을 낼 생각이 없다고 밝혀 앞으로 기부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이번 주에는 구호성금이 2차대전 이후 독일 재난 구호금 모금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최고 기록은 독일 동부와 동구권에 100여 년 만의 대홍수가 있었던 지난 2002년의 3억5천만유로였다.

이처럼 많은 모금이 이뤄진 것은 일단 독일인들을 포함한 쓰나미 피해자 규모와 참사의 정도가 엄청난 데다 언론이 연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성금 기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 정부의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원조액이 과다하며, 지나치게 국익만 계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여야 정치인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지사는 8일 RTL 방송 인터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피해국가들에 5억유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독일 재정적자가 430억유로나 되는 데 그 돈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가 약속한 지원액은 달러로는 6억6천만달러이며 호주(8억1천550만달러) 보다는 적지만 일본(5억달러)과 미국(3억5천만달러) 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일간 디 벨트는 9일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의 거액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임이사국 지위는 스리랑카나 인도네시아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5억유로는 연방정부 예산의 0.2%에 불과하고 여러 해에 걸쳐 분할 지급되는 것이어서 가볍게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슈토이버의 주장은 좀스럽고 비열한 것"이라며 원색적인 용어로 반박했다.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에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비좁은 공항이 마비되는 등 구호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8일 현지 구호요원들이 지적했다.

아난 총장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반다 아체를 방문했던 당시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이 지역 유일의 공항이 한동안 폐쇄되는 바람에 한시가 급한 구호물자들을 실은 항공기들의 운항이 지연되는 등 VIP들의 잇단 방문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반다 아체 공항은 지진피해 이전에는 하루 3편의 항공기만이 이착륙했었으나 지금은 구호활동의 중심축이 되면서 하루 수십편을 소화해야하는 탓에 만성적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외신·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