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합의 길을 여는 첫 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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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은 남북한 분단사에서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첫 삽을 뜨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남북은 갈라진 산하를 하나로 잇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의 동서 양쪽 자기 진영의 두 지점에서 각기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거행한다. 57년 만에 남북 왕래를 위해 연결될 철도와 도로가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되어야 한다. 또 그렇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7천만 겨레의 한결 같은 소망이다.

남북 위정자들이 겨레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합의해 내는 과정에서 보인 합리적 절충의 자세를 남북 간의 모든 의제에서도 발휘해야 한다. 남북이 이번 협의과정에서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핫 라인)를 가설·운영키로 합의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사태발전이다. 핫 라인은 DMZ 내 공사 중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가 상대방의 정황판단의 착오를 일으켜 남북 간 군사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시 의사소통 도구다. 그러나 이 도구가 공사와 관련된 의사소통용이라는 한정성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남북이 국방 당국 간은 물론이고 최고통치자 수준까지 핫 라인을 설치·운영해야 길을 뚫는 참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것은 평화와 화해·협력체제를 만들려는 남북 위정자의 의지를 드러내는 증표가 될 것이다.

북쪽이 남쪽에서 사실상 무상지원의 형태로 공급받는 자재와 장비로 북측 구간을 건설하는 형식도 남북 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지뢰제거를 위한 장비도 남쪽이 지원한다. 이런 협력과 협동의 정신이 지구상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DMZ에서 구현된다는 것 자체가 큰'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남북 당국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남북 위정자들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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