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夢準의 출마선언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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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래 전부터 예고돼온 터라 새삼스러울 게 없음에도 그가 출사표를 던진 사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4선 의원이라지만 거의 무소속으로 지내온, 정치인이라기보다 축구인으로서 더 잘 알려진 점이 한 이유다. 재벌그룹 현대의 2세인 데다 정당의 조직적 지원없이 많은 지지를 받아온 사실도 그를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대통령후보로 나선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현재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노력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혐오의 반사적 결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위기감과 마침 불어닥친 월드컵 열기가 그를 '뜨게' 만든 외에 이렇다할 정치적 기여가 없다는 점에서 그 스스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정치가 수사(修辭)와 구호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사에 빚을 남긴 그의 선친 정주영씨가 증명했듯이 정치는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鄭의원은 대통령후보로서 국가경영에 관한 비전과 자질 및 능력 등에 관한 진실과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검증받아야 한다. 가계(家系)에 대한 의문을 포함해 개인 신상 일체와, 재벌정치에 대한 의구심 등이 망라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는 "대학시절 커닝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충 그렇다"는 답변으로 '대충' 지나갈 수 있었으나 지금부턴 이런 식의 어물쩍거림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鄭의원과 제휴를 모색하는 민주당 일각의 움직임을 포함한 합당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념·노선은 아랑곳없이 대선 게임만을 위해 합작을 꾀하는 일은 鄭의원이 내건 정치개혁 슬로건과 부합치 않으며 3金시대 구태의 반복에 불과하다. 자신에 대한 정치권과 항간의 "거품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관측을 떨치기 위해서도 분명한 자세전환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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