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으로 쑥 들어간 맥주체인점 김현숙씨 "한번 온 손님은 다시 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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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이 입지다.목이 좋으면 장사는 절반 이상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B급 입지의 불리함을 딛고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부근에서 맥주점(하이트비어플러스)을 차린 김현숙(34)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씨가 맥주점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 부근에 구로공단역이 있어 유동인구는 많지만,김씨의 가게는 큰길에서 골목으로 1백여m쯤 들어가 있어 풍부한 유동인구의 장점을 살리기 힘든 위치다. 실제면적이 60평으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2층인 데다 주변 상가의 간판에 섞여 가게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단점도 있다.

대로에 가까운 곳은 보증금과 권리금이 만만치 않아 프랜차이즈 본사와 상의해 지금의 가게를 잡았다. 창업비용은 임대보증금에 권리금, 프랜차이즈비, 내부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3억원 정도가 들었다. 하지만 첫달 매출 결과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월 2천만원 정도는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데, 첫달 1천8백만원 매출에 그쳤습니다. 힘이 쑥 빠지더군요."

그때부터 김씨의 손님 잡기 '작전'이 시작됐다. 우선 가게 알리기. 김씨는 부근의 사무실을 돌며 직접 전단을 뿌렸다. 빵·우유에 전단을 끼워 넣어 확실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본사와 함께 경품 이벤트도 벌였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행운권을 나눠주고, 추첨을 통해 DVD 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을 나눠줬다.

다음 작전 단계는 일단 모여든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것. 풍부한 유동인구를 활용하기 힘든 입지라서 단골 손님 확보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손님들이 주로 30대 직장인들이란 점에 착안해 이들의 입맛에 맞는 낙지볶음·소시지볶음 등 매콤한 메뉴를 개발했다. 밝으면서도 편안한 실내 인테리어와 종업원의 친절 서비스는 기본. 이같은 노력의 결과 현재 김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 중 80% 이상은 단골손님이다. 현재 매출은 월 3천만~4천만원.

"초기에는 저녁 8시쯤 손님이 한창 붐빌 시간에도 매장이 썰렁했는데, 이젠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 보낼 정도가 됐다"며 김씨는 활짝 웃었다.

글 =이현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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