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비·자재 한꺼번에 달라"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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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이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철도·도로 연결 실무회담에서 북측 구간 공사를 위해 남측이 5백억원 규모의 장비·자재를 지원키로 합의해 놓고도 일부 사안에서 의견 차이를 보여 공동 합의문 발표가 당초(15일)보다 하루쯤 늦어질 전망이다.

당초 남측 대표단은 15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합의문을 발표한 뒤 이날 설봉호편으로 귀항할 예정이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설봉호를 먼저 보낸 채 회의를 계속했다.

◇'막판 진통 배경'=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회담이 암초를 만난 것은 '장비·자재 지원 방식' 및 '경의선·동해선 착공 장소의 명문화' 문제 때문이다.

남측은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를 위한 장비·자재를 올해 말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꺼번에 지원하기보다 남측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의 공사 진척도를 봐 가면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래야만 공사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복안이다.

이에 반해 북측은 '일괄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한꺼번에 1만명을 동원해 완공할 것'이라며 일괄 지원 방식을 들고 나와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의선·동해선 동시 착공 장소를 명기하는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남측은 "18일 동시 착공 때 도라산역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각각 착공식을 할 것"이라고 북측에 알린 뒤 북측 구간의 착공 장소를 합의서에 명시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공사가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지는 만큼 '군부 소관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착공 장소와 시간을 합의서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 전에 타결된다"=이렇듯 회담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착공일인 18일 이전에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경의선·동해선 동시 착공일을 오는 18일로 못박아 놓고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보겠다는 결의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4일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에 따른 DMZ 군사보장 합의서를 타결한 것도 18일 이전에는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게 그런 판단의 근거다.

정부 당국자는 "만일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에 쏟아질 국제적 비난 여론을 북측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북측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할 것 같지 않다"고 관측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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