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私邸옆 경호건물 땅값 청와대 예산 전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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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경호실이 김대중 대통령 사저 옆에 건축 중인 경호건물 부지를 구입하면서 5억7천여만원의 예산을 전용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김영대(金永臺)경호실차장은 13일 국회 운영위에서 "경호건물용 부지를 매입키 위해 청와대 내 경호건물 별관 개·보수비 5억7천여만원을 끌어 썼다"고 말했다. 그는 "경호건물용 부지를 물색하던 차에 사저 옆 대지 소유자가 갑자기 땅을 팔겠다고 나서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전용했다"고 해명했다.

즉각 사지 않으면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컸고, 나중에 "왜 적기에 구입하지 않았느냐"는 감사원의 지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한나라당 측은 "예산을 전용하려면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신규사업에는 쓸 수 없어 명백한 불법 집행"이라고 반박했다.

회계예산법 36조는 "당초 목적 외에 예산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국회의 의결을 거쳐 기획예산처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퇴임한 대통령을 위해 현직 대통령의 안위를 무시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윤경식(尹景湜)의원은 "경호건물의 개·보수는 현직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현직 대통령이 급하냐, 퇴임 대통령이 급하냐"고 따졌다.

논란이 격화되면서 한나라당 측은 "불법 예산전용 문제는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청와대 결산안 처리를 거부, 한때 운영위가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절충 끝에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이 공식사과하는 선에서 넘어가기로 했다.

朴실장은 "시설비와 토지매입비는 같은 성격의 예산이므로 엄격한 의미의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중요한 예산을 사전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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