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험車 전국 60만대 위험 질주 사고나면 '나 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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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건축 일을 하는 金모(41)씨는 지난 2월 운전 중 중앙선을 넘어온 화물차와 충돌했다.

金씨는 석달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고 차도 심하게 망가졌다. 그러나 사고를 낸 상대방 차량은 책임보험도 들지 않은 무보험 차였다. 운전자는 "돈이 없으니 보상은 할 수 없다"며 "그냥 형사처벌을 받겠다"고 버텼다.

결국 金씨는 보상은커녕 치료비와 차 수리비까지 모두 떠안아야 했다. 金씨는 "책임보험도 들지 않은 차가 어떻게 다닐 수 있느냐"며 "정부는 단속도 안하고 뭐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무보험 자동차 60만대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오토바이도 1백19만대나 보험에 들지 않았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12일 국회 건교위 이해봉(한나라당)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자동차 책임보험 미가입 차량 현황자료'에서 밝혀졌다.

◇무보험 차량 실태=현행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상 책임보험은 사고시 치료비 등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동차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보험이다. 그러나 지난 8월말 현재 전국의 등록 자동차 1천3백50여만대 중 책임보험 미가입 차량은 총 59만9천여대로 전체의 4.5%에 달했다. 이중 화물차 등 영업용 차량도 1만7천여대나 됐다.

책임보험 미가입률은 2000년 3.3%, 지난해 4.0%에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토바이도 전체의 70%가 책임보험에 들지 않았다. 무보험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했을 경우 피해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로서는 소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2000년 5월 무보험차에 치여 사망한 朴모씨 유족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 사업'에 따라 보상을 받았으나 액수는 턱없이 적은 1천5백만원이었다. 朴씨 유족은 이 사업을 대행하는 보험사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보험사를 상대로 한 1년여의 법정싸움 끝에야 겨우 2천7백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대책=현행법상 강제보험인 책임보험에 들지 않으면 차량운행이 금지되며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의 벌금 등 형사처벌이 따른다. 그러나 미가입 차량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처벌은 사실상 사고 발생시나 가능한 실정이다. 지난해 무보험 차량에 대한 범칙금 부과는 25건에 불과했다.

건교부는 올 2월 지자체와 보험 전산망을 연결한 '자동차 강제보험 가입 관리 전산망'을 구축, 수작업으로 미가입 차량을 가려내던 때보다 훨씬 빨리 미가입 차량을 찾아내 통보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각 지자체에 통보되는 미가입 차량 정보가 여전히 부정확해 일선 시·군에서 이를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미 가입된 차량이 미가입 차량으로 통보되는 일이 빈번하다.

건교부측은 "전산망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때문"이라며 "몇개월 정도 지나야 한다"고 밝혔다. 교통개발연구원 이한준 부원장은 "경찰 등 사법기관과의 적극 협조를 통해 무보험 차량에 대한 상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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