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대다수가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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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8년 해외여행과 해외송금 자유화 조치 이후 불법으로 조기 유학하는 초·중학생이 해마다 2~3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불법 유학한 초·중학생은 지역교육장의 유학 인정을 받고 합법적으로 유학한 학생의 8배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유학 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유학 인정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현행 유학제도가 대부분의 초·중학교 조기 유학생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유학이 '불법'=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99년 1천6백50명이던 불법 조기 유학생(고교생 포함)이 2000년에는 3천7백2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고교생의 경우 유학이 자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유학생(고교생 제외)이 4천8백9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불법 유학생 수 가운데 초·중학생이 절반 정도인 1천6백~1천7백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초·중학교 불법 유학생 수가 한 해 동안 세배 정도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부모 해외근무 동행·이민의 경우를 제외한 순수 유학생 가운데 불법 유학생 비율이 ▶99년 89.7% ▶2000년 84.8%▶2001년 89.6%(초·중학생만 비교)에 이르는 등 유학생 10명 중 9명이 사실상 불법으로 유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불법'인가=조기 유학 전면자유화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 끝에 2000년 11월에 개정된 현행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고교생에 대해서만 2001년부터 조기유학을 자유화했다.

초·중학생에 대해서는 학교 소재지 지역교육장의 '유학 인정'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유학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예·체능 분야 실기 우수자▶자연과학·기술·예능·체능분야 시·도 규모 이상 대회 입상자▶기술사·기사1급 등의 기술자격을 가진 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 습득 등의 목적으로 유학하는 경우 대부분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교육장의 인정없이 유학을 하는 '불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책=국회 교육위원회 이미경 (민주당)의원은 "조기유학이 병역기피나 해외 불법 송금 통로로 활용되는 등 조기유학을 빙자한 불법행위에 대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규제책을 마련하거나 조기유학 열풍을 식힐 수 있는 공교육 내실화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는 조기유학 규제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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