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미응시생 엇갈린 처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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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14일 치른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미응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을 학교가 ‘무단결과’로 처리하자 학부모들이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 전주 금암초등학교의 경우 첫날 미응시자(19명)는 출석처리 했으나 둘째 날 미응시자(5명)는 ‘결과’로 처리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둘째 날 시험을 치르도록 설득했지만 끝까지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결과 처리했다”고 말했다. A중학교의 경우 시험을 보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출석 처리를 했다. 그러나 B중학교는 미응시 학생 전부를 결과 처리했다.

결과(缺課)는 등교를 한 뒤 임의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세 번 무단 결과하면 결석 한 번으로 간주된다. 학생기록부 등에 남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전북 지역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첫날 172명, 둘째 날 150명이 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응시 학생에 대한 처리가 엇갈린 것은 교과부의 방침과 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교육청의 방침이 달라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일제고사 미응시자를 위해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프로그램 참여자는 출석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교과부는 “평가를 회피할 목적의 대체 프로그램 시행은 법 위반이며, 등교 후 미응시자는 결과 처리하라”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냈다. 전북도교육청은 교과부가 같은 방침을 거듭 밝히자 최근 “학생의 출결 처리는 학교장의 권한사항”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정상 출석’ 처리를 전제로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무단 결과 처리를 한 경우도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정희(48·전주시 호성동)씨는 “교육청과 교과부의 싸움에 왜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정부와 교육청, 학교 어느 쪽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교과부의 방침과 달리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을 모두 출석으로 처리해 논란이 예상된다. 강원도교육청 이승호 장학사는 “27일 잠정 집계 결과 평가에 응하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137명 모두 출석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그러나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무단 결석한 3명은 결석처리됐다”고 덧붙였다. 36명이 응시하지 않는 춘천의 호반초등학교, 11명이 응시하지 않은 동해 창호초등학교, 9명이 응시하지 않은 홍천여고 등은 미응시생 모두를 출석 처리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전에 ‘미응시 의사를 밝힌 학생을 사전에 파악해 교육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결과 처리하지 말라’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전주=장대석 기자,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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