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너희는 공부가 즐겁지 않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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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너희는 공부가 즐겁지 않느냐

김건우 권성희 지음, 도원미디어, 252쪽, 9500원

"폐족(廢族:후손이 벼슬을 할 수 없는 가문) 중에 재주있고 걸출한 선비가 많은데, 이는 하늘이 폐족에게 재능있는 사람을 내어 우대하려는 게 아니라 영달하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아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여 삶의 참다운 핵심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다산 정약용의 글이다. 공부를 생존 경쟁을 위한 도구로만 이해하는 현대인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옛 선비들의 이런 공부법, 아니 참된 공부를 위한 마음가짐과 그 실천법을 모은 책이다. 한 권의 책을 3400번 읽은 명재 윤증, "공부할 차례를 뛰어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책 목록을 정해 순서대로 읽은 김종직 등 23명의 이야기가 실렸다. 각각의 인물마다 어떤 책을 읽었고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밝힌 해설도 귀중한 글이다. 그 시대의 흐름과 학풍, 사건을 설명한 것은 짭짤한 덤.

'공부할 때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라' '사색하는 공부는 밤에 하라''진정한 공부는 행하는 데 있다' 등 오늘날에도 통할 만한 구절이 적지 않다. 선행학습에 쫓기고 입시 위주 공부에만 시달리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읽으면 어떨까 싶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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