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철도 착공일 맞추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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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8일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 동시 착공 일자를 맞추기 위해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남북이 합의한 18일 착공이 이뤄지기 위해선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장성급 회담에 이어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려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착공 때까지 1주일도 안남은 12일에야 장성급 회담 개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남북이 지난달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18일 경의선·동해선 동시 착공 및 착공 이전 군사보장 마련'에 합의하자 지난 4,5일 북한군과 판문점에서 비서장급 회담 등을 잇따라 열었다.

북한군과 장성급 회담을 열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북한군도 경의선 공사와 관련된 회담 때와 달리 먼저 장성급 회담 일정을 제의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장성급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미 정부가 동해선 구간 비무장지대(DMZ)의 행정관리권을 한국 정부로 넘기는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아서다.

당초 우리 정부는 클린턴 정부 당시인 2000년 11월 경의선 공사구간의 DMZ 행정관리권을 위임받은 '전례(前例)'가 있어 어렵지 않게 동해선 공사구간의 DMZ 행정관리권을 위임받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 때와 달리 서류보고로 끝내지 않고 행정부 차원에서 면밀한 검토를 하자 정부는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미 외교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가 지난 7일께.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10일(한국시간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DMZ 행정관리권을 이양하는 문제를 보고했으나 럼즈펠드 장관이 즉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자 우리 정부는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정부는 외교부와 국방부 등 가동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대미외교를 펼쳤다.

결국 미 정부가 럼즈펠드 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밤) 열어 동해선 구간 DMZ의 행정관리권을 위임하는 문제를 협의, 긍정적 결론을 내리자 정부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밤 비공식적으로 미측으로부터 DMZ 행정관리권 위임에 대해 긍정적 결론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공식통보를 받는 대로 신속하게 후속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오전 유엔사·북한군 간 장성급 회담이 열리면 이날 오후 곧바로 북측에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키로 했다. 북한군이 호응할 경우 이날 오후 군사실무회담을 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다소 일정이 지연되긴 했으나 '벼락치기 회담'을 열어서라도 동시 착공 일자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정이 빠듯하나 18일 착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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