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정몽준'新黨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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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총재와 정몽준(鄭夢準·MJ)의원의 이른바 'MJP연합'이 성사될 수 있을까. 8일 밤 두 사람의 전격 회동은 정치권에 곧바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양측은 연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鄭의원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신당에 "시간이 좀 지나면 현역 의원 20여명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기를 鄭의원 측은 출마 선언 후 한달이 지난 '10월 중순'으로 잡았다. 오는 17일 선언 때는 의원 3~4명 정도로 시작하겠지만 추석이 지나면 정계 개편 바람이 불어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게 MJ 측의 주장이다.

鄭의원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가 YS를 만난 뒤 이미지 손상으로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 통합과 초당적인 정치를 위해서라면 JP에게 협조를 부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태연히 받아넘겼다. 鄭의원의 이런 면모는 여론 지지율만을 중시하던 과거와 사뭇 다른 것이다.

JP는 회동 내용에 대해 "나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회동에 동석했던 김학원(金學元)원내총무도 "지금은 얘기할 게 없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할 말이 생길 것"이라고 여운을 뒀다. 자민련 의원들에 따르면 1997년 DJP 연대를 통해 공동정권을 만들었던 JP가 이번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를 선택해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JP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대목은 소속 의원 14명의 이탈을 막는 것이다. 지금까지 JP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반(反)노무현 세력, 이한동(李漢東)·박근혜(朴槿惠)·정몽준 의원 등 이른바 제3 세력이 구심점을 찾지 못해 표류하자 직접 나섰다고 한다. 대선 구도가 이회창(李會昌)·노무현 후보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JP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은 유보한 채 이한동·이인제·박근혜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거대 제3 신당을 만드는 조정 작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鄭의원과의 만남은 이 구상의 첫 단계인 셈이다.

제3 세력의 예비 주자들은 JP의 막후 조정력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적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한다. 또 자칫 자민련 의원 일부가 한나라당으로 가버리면 JP의 정치 인생은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위협받을 수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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