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폐광지역서 중금속 유출 상수원 오염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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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태풍 '루사'가 쏟아부은 폭우로 강원도와 경북지역 깊은 산 곳곳에 위치한 폐광들이 무너져내려 부근 계곡과 하천을 중금속 폐수로 심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관계기사 5면>

일부 폐광에서 흘러내린 광석 찌꺼기나 폐수가 하천을 통해 이미 남한강 등지의 상수원을 향해 서서히 퍼져가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 취재팀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5일부터 벌인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7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 계곡. 석회가루를 풀어놓은 듯 회백색의 탁한 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곳은 1997년 문을 닫으면서 산업자원부가 광해(鑛害)방지사업까지 마친 곳이다.

하지만 계곡에 쌓아놓고 흙으로 덮어두었던 광미(鑛尾·광석을 빻아 금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 30만㎥ 가운데 절반이 집중호우에 유실된 것으로 봉화군에 의해 파악됐다.

봉화군이 수질을 측정한 결과 2㎞ 하류에서도 중금속인 비소(As)가 하천 수질기준인 0.05ppm을 초과한 0.063ppm으로 측정됐으며,구리·수은·시안 등도 함께 검출됐다.

봉화군 관계자는 "지자체로서는 복구가 불가능해 중앙정부에 59억원의 복구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을 긴급 답사한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차원의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심각성을 인정했다.

환경부도 9일 국립환경연구원과 관련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한다. 환경부 박응렬 토양보전과장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근본적인 방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팀이 현지 취재한 결과 경북 봉화·울진과 강원 삼척지역에서 금정폐광을 포함해 최소한 다섯 군데의 대형 폐광이 붕괴되거나 많은 양의 폐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가곡휴양림 내에 위치한 폐아연 광산은 94년 돌더미와 흙으로 막았던 갱 입구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그로 인해 갱 안에 갇혀 있던 폐수가 쉴새없이 흘러나오면서 1급수였던 부근 계곡물이 희뿌연 색깔로 변해 삼척시 원덕읍으로 흐르는 가곡천 하류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봉화·삼척=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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