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LG화학 vs SK에너지 ‘2차전지 대전’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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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후발업체인 SK에너지가 선두업체인 LG화학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노트북·휴대전화용 소형 2차전지와 달리 판로가 불확실했던 중대형 2차전지는 미국 등 선진국이 전기차 양산 정책을 펴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에너지는 26일 충남 서산시 서산산업단지에 23만1000㎡(약 7만 평) 규모의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 완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연간 하이브리드 자동차 50만 대(500㎿h)에 공급할 수 있는 2차전지가 생산된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은 “이번 공장 건립은 2차전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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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는 앞서 5월 대전시 유성구 SK에너지 기술원에 전기차용 2차전지 1차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22일엔 현대·기아자동차가 개발 중인 고속 전기차의 2차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 독일 다임러 그룹의 미쓰비시후소에 대한 배터리 공급에 이어 두 번째 공급계약이다. 구자영 사장은 “자동차용 2차전지 후발주자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현대·기아차 외에 앞으로 더 깜짝 놀랄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기술인 분리막 기술을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하는 등 기술에서 앞서 있다는 입장이다. SKC 등 계열사의 전지 기술을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시설 규모나 지금까지의 2차전지 공급계약을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은 아직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공한 오창공장에 2013년까지 모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창공장에선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기준으로 연간 50만 대 규모의 2차전지를 생산 중이고, 2013년 완공되면 생산 규모가 네 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은 또 포드·GM 등 국내외 7개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으며 연말까지 2~3곳과 추가로 계약할 예정이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과 실질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한 업체는 LG화학이 유일한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공급처 확보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세계 1위 지위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양사의 매출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체 매출(15조5200억원)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매출이 1조3900억원으로 9% 수준이고, 이 중 전기차용 2차전지 매출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SK에너지는 2차전지가 전체 매출(35조83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양사가 적극적으로 설비 건설과 경쟁에 나서는 것은 미래 유망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기차 2차전지 시장은 2010년 28억 달러에서 2020년 302억 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IG증권 김영진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SK에너지는 후발주자지만 이미 확보한 기술과 역량이 상당하다”며 “SK에너지가 얼마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가느냐가 향후 시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선두업체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SK에너지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앞섰던 삼성SDI도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에 2차전지 납품계약을 맺고, 올해 안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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