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비스 강국'염두에 둔 전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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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통신·해운·유통·금융·건설 분야에선 공세(攻勢).

전문직·영화·교육·의료·법률·언론·에너지 분야에선 수세(守勢).

표에서 보듯 뉴라운드 서비스 협상에서 우리가 세계 각국과 주고 받은 개방 요청은 분야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세계 20개국이 우리에게 서비스시장 개방 요청을 해왔다. 폴란드·싱가포르·뉴질랜드·브라질 등도 요청 대열에 끼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라는 소국(小國)도 눈에 띈다.

반면 우리는 세계 36개국에 대해 개방 요청을 했다. 미국·EU·중국·일본은 물론 동남아 각국과 인도·스위스 등 대상 국가도 다양하다.

서비스 산업은 국내 총생산(GDP)의 60%, 고용인원의 69%,전체 수출입의 23.4%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2000년 기준)

그러나 어느 나라든 경제 구조가 선진화할수록 고부가가치 분야 위주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마련.

우리도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발전전략에 따라 물류·금융 위주의 경제특구 설치를 추진하는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신(新) 기간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라운드 서비스 협상은 우리의 장기적인 발전전략과 연계해서 보아야 한다.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어떻게 일으키고 유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준동 책임연구원의 지적이다.

뉴라운드에서는 서비스 산업을 1백55개 업종으로 구분하고 있다.이 중 우리가 이미 개방한 것은 78개 업종.

그러나 이는 우리가 우루과이라운드(UR) 때 국제사회에 개방을 약속(양허)한 내용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 통신·금융·유통 등 우리가 스스로 시장을 연(자발적 개방)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니다.

자발적 개방을 포함하면 우리가 이미 시장을 연 서비스 업종은 훨씬 늘어난다.

이번에 각국이 우리에게 개방을 요청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자발적 개방'을 '양허'로 확실히 해두라는 것이다.

'부동산중개업' '택배업' '복합영화상영관' 등이 대표적 예다.

따라서 우리가 받은 개방 요구 중 이같은 부분을 빼면 우리가 완전히 새로 열어야 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세한 분야까지 들어가보면 각 해당 업계의 입장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세탁업계.

EU의 개방요구 대상 가운데 건물청소업이 들어있고, 그 자세한 내용 중에 건물 안의 세탁물도 함께 처리하도록 해달라는 주문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벌써 전국세탁업중앙회 등의 관련 단체는 외교통상부를 찾아 "전국 20만명에 이르는 영세 세탁업자의 도산이 우려된다"며 '방어'에 나섰다.

이같은 공급자 측 요구와 소비자 측 편익의 이해상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결국 협상의 핵심이다.

"외국에 대한 우리의 개방 요구와 우리가 받은 개방 요구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 외국의 시장개방 요구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기득권 층 위주의 폐쇄적이고 공급자 독점적이었던 분야에 주로 집중되고 있다.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해 점진적인 시장개방은 필요하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 업종도 같은 입장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서비스 개방의 득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분야는 바로 유통업이다.

뉴라운드 훨씬 이전인 1989년부터 국내 유통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하자 당시 국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구멍가게 등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마트 등의 토종(土種) 대형 할인점이 생겨나면서 월마트 등 외국 대형자본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심야영업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났고, 정부 통계에 따르면 95~98년 사이에만 유통 마진폭이 2.5~4.5%포인트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대외무역정책연구원(KIEP)은 서비스 분야가 현재보다 33% 추가 개방(교역량 기준)되면 GDP는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극제 경희대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서비스 강국(强國)'을 염두에 둔 협상전략을 차분히 세워 줄 건주고 받을 건 받아가며 개방의 문턱을 잘 넘어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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