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책임 10%만 소송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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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금융회사와 부실채무기업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실제 소송 제기 액수는 부실책임의 10%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1백% 승소하더라도 소송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액은 실제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에 비하면 '쥐꼬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3일 "1997년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동화·평화 등 6개 은행, 보험·증권·신협·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 등 모두 3백16개의 부실금융회사와 3천3백여명의 관련 임직원을 상대로 13조원의 부실책임을 밝혀냈으나 실제 소송은 1조3천억원에 대해서만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제일·서울·조흥 등 7월 이후 2차로 소송을 추진 중인 6개 은행 임직원에 대해서도 9천9백여억원의 부실책임을 밝혀냈지만 실제 소송 액수는 부실책임액의 10%(약 1천억원)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소송액이 크게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예보가 파악한 피고의 재산상황을 토대로 소송 후 지급능력을 예상하고, 예보가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하는 거액의 인지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승소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로 소송을 한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보는 지난 6월 말까지 부실금융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 평균 73%의 승소율을 올렸으나, 피고의 부실책임 규모(13조원)에 비해 극히 적은 수준인 9천5백여억원만 회수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회수 가능한 공적자금 액수는 국민의 기대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부실책임 관련자의 입장에서 보면 전재산을 사실상 잃게 돼 그만큼 부실책임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예보가 최근 국회 공적자금특위 박종근(한나라)의원에게 제출한 '부실책임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예보는 올 7월 말까지 금융회사와 부실채무기업 관련자 4천5백35명을 상대로 15조5천6백9억원의 부실책임을 밝혀냈으나, 실제 소송을 낸 금액은 1조2천6백19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3백22개 금융회사(1차 소송 3백16개 포함)의 부실 책임 14조4천여억원 중 1조2천2백83억원에 대해서만 소송을 냈다.

또 13개 부실채무기업 중 심의가 끝난 고합 등 3개 기업에 대해 1조1천5백95억원의 부실책임을 규명하고도 23명에게 1백68억원만 소송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장세정·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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