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오늘 빅리그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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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걸리버' 최희섭(24·시카고 컵스·사진)이 마침내 '야망의 문'을 열어젖혔다. 타자로서는 한국인 최초로 지구촌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밟게 된 것이다.

4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오늘'을 기다려온 최희섭은 4일 오전 9시5분(한국시간)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지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출전한다. 3일 아이오와주 드모인의 세크테일러 구장에서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낸 최희섭은 팻 리스타시 감독으로부터 빅리그 승격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

1994년 박찬호(당시 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첫 발을 내디딘 뒤 조진호(전 보스턴 레드삭스)·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7명이 꿈의 무대에 섰지만 이들은 모두 투수였다. 타자로서는 최희섭이 가장 먼저 그 벽을 넘었다.

빅리그 입성을 공식 통보받은 3일 최희섭은 "예상보다 시기가 좀 늦었지만 기분이 무척 좋다. 주위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미국 진출 당시 주위에서 한국인 타자는 빅리그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다. 4년이 걸렸지만 이제 그 벽을 내가 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나고 보니 그런 말에 오기가 생겨 내 자신을 채찍질한 것 같아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m96㎝·1백4㎏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최희섭은 거구임에도 힘을 앞세우기보다는 물 흐르는 듯 유연한 스윙을 자랑한다.올해 초 함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던 이승엽(삼성)이 "힘도 힘이지만 스윙이 부드러워 깜짝 놀랐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최희섭은 올시즌 트리플A에서 타율 0.291, 26홈런·97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포지션인 1루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레드 맥그리프(38)에 대해 "그는 5백홈런을 눈앞에 둔 대단한 타자다. 경쟁자라기보다는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선수다. 그러나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벽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최희섭과 함께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도 3일 빅리그 승격을 통보받아 오는 10일 두팀의 맞대결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인 투·타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생겼다.

이태일 기자

▶최희섭 파일

-생년월일:1978년 3월 16일

-출신교:광주 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고려대(2년)

-투타:좌투좌타

-체격:1m96㎝·1백4㎏

-허벅지둘레 29인치

-1백m달리기 12초

-방망이 길이:34.5인치, 무게 9백8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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