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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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온라인게임 등급제 시행 소식으로 시름에 잠겼던 게임업종의 '황제주' 엔씨소프트가 반격카드를 꺼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0일 온라인게임 '샤이닝로어'를 개발한 게임업체 '판타그램'의 지분 26%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또 판타그램의 유통전문 자회사 판타그램인터액티브의 지분 16.7%를 동시에 매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는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게임 등급제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실적·주가가 뒷걸음질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4월18일 25만6천5백원까지 치솟았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5일 10만8천원까지 떨어졌다. 4개월도 채 안돼 무려 57%나 떨어진 셈이다. 이는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가 실시되면 리니지 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 계층의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전등급제란 온라인 게임도 영화 및 비디오물처럼 미리 등급을 부여받은 뒤에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18세 이상 이용가'란 등급을 받으면 18세 미만의 고객에게는 판매할 수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판타그램 지분 인수가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판타그램의 샤이닝로어는 등장인물 및 스토리(이야기)가 동화 풍이 물씬 풍기는 게임이어서 초등학생·여성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엔씨소프트는 지분인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해 5.6% 오른 14만원을 기록했다.

동원경제연구소 구창근 연구원은 "약 1백억원의 인수 비용은 엔씨소프트의 현금창출 능력을 감안할 때 부담스럽지 않다"며 "내년에 샤이닝로어게임으로 매출이 1백9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송인애 연구원은 "샤이닝로어를 통해 유소년층 고객을 끌어들이고 리니지 게임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허홍(許洪·39·사진) 경영지원본부장을 만나 판타그램을 인수한 배경 및 향후 성장 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이번 인수의 의미는.

"판타그램은 게임업계에서 PC게임 분야에서 기술개발능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이 회사가 지난 3월부터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는 샤이닝로어는 동시 접속자수가 2만5천명, 누적 가입자가 80만명을 넘고 있다. 샤이닝로어의 개발은 유소년층·여성까지 고객을 확대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인수 비용 1백17억원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현재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은 1천4백억원이다. 우리는 올해 9백억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문화관광부는 9월까지 리니지게임에 대해 등급심사를 받으라는 입장이다.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으면 리니지 가입자의 50%가 게임을 못하게 된다.

"등급심사를 신청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게임업체들의 협의 기구인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와 협의해 결정하겠다. 등급심사에서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아도 매출 감소 폭은 30%에 그칠 것이다. 18세 이상 등급을 받으면 이의를 제기해 '12세 또는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으면 현재 주가는 결코 싸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리한 등급을 받아도 4분기 이후에나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에버퀘스트·리니지Ⅱ·샤이닝로어 등을 상용화할 계획이다.올해 안에 중국에서 리니지 상용 서비스를 할 것이다. 따라서 리니지에서 나오는 이익 하락 폭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더 이상 리니지게임 하나에 목을 메는 회사가 아니다."

글=하재식,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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