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꾸짖는 엉터리 사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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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신촌에 있는 사진관에 필름 열여섯 통을 맡겼다. 다른 곳에 비해 사진 한 장 뽑는 데 70원이, 필름 한 통 인화하는 데 5백원이 비쌌다. 하지만 내가 사용한 필름의 지정 현상소이기 때문에 서비스와 질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사진을 찾고 보니 열다섯 통만 인화됐다. 영수증에는 분명히 열여섯 통이라고 돼 있었지만 그곳 직원들은 처음부터 열다섯 통이었다며 오히려 고객인 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다음 날 아침 실수로 필름 한 통이 빠졌다고 전화가 걸려왔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다. 한 번의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가로 현상할 사진을 챙겨 다시 그 곳에 맡겼다. 그런데 이번엔 맡기지도 않은 엉뚱한 사진을 몇 장씩 뽑는 실수를 했다. 나는 직원들의 태도에 더 놀랐다. 다른 고객들은 서너번 이상 그런 일이 있어도 그냥 참는데 당신은 왜 화를 내느냐고 했다. 나이 어린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윽박질러 일을 해결하려는 것 같아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안지언·서울여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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