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연예인 비하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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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지난 1일 저녁 방송된 SBS '뷰티풀 선데이'의 '1백인의 천사'(사진)코너는 제작 의도를 의심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초 제작진은 이 코너를 만들면서 "주인공의 단점을 MC와 심리전문가, 그리고 수호천사가 될 주변인 1백명이 힘을 합쳐 고쳐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단두대'에는 가수 김완선씨가 올랐다. 6년 만에 컴백하는 김완선에게 팬들의 사랑을 보여주겠다던 제작진은 그러나 '김완선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듯했다.

이날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가수 흉내내기 대회에 김완선이 게스트로 초대되는 것으로 설정됐다. 물론 김완선은 자신이 속은 줄도 모르고 무대에 섰다. 이어 민망한 일들이 벌어졌다.

김완선 춤을 추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일반인들은 "언니는 30대 중반이잖아요" "이모,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어요"라며 김씨의 나이를 걸고 넘어졌다. 또 "언니 춤은 어려운 게 별로 없어서 힘들지 않았어요" "(무대의상을 찾는데) 집에서 촌스러운 옷만 모아왔어요"라며 김씨의 과거 춤과 의상을 격하시키는 발언이 난무했다.

또 '가장무도회'라는 곡을 부른 팀은 "(김완선씨의) 춤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우리랑 수준이 안 맞아요"라고 말해 보는 이를 아연실색케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김완선씨는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무대 뒤에 숨어서 보던 진행자들도 약간은 미안했는지 "(이처럼)실망감을 주는 것은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이죠"라며 둘러대기에 바빴다.

압권은 김완선씨가 노래를 할 때는 썰렁하던 관객이 초대가수 주얼리가 나오자 열광적으로 반응한 대목이다. 김씨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어 진행자 안선영씨가 느닷없이 나타나 "1백인의 천사였습니다"라고 말하며 감동을 자아내려 애썼다. 멍한 채 서있는 김완선씨에게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죠"라고 설명했다. 한 가수의 인격을 모독해 놓고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시청자 황현근씨는 "김완선씨가 오랫 동안 쌓아온 음악세계에 대해 몰상식한 발언들을 해 상처를 줬다"며 제작진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현영씨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사람을 위한 1백인의 특별한 서비스.' 김완선씨의 눈물 흘리는 모습 위로 흐른 자막이다. 특별한 서비스는 고사하고 제발 앞으로는 '한사람을 위한 1백인의 특별한 괴롭힘'이 되지 않길 바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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