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政局 - 국회선 '金법무 해임안'놓고 : 한나라 "단독처리 강행", 민주당 "실력저지 불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30일에도 여의도 국회 의사당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팽팽한 대치가 이틀째 계속됐다.

한나라당은 1층 회의실에서 의총을 열어 '해임안 강행 처리'를 다시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과 당직자를 총동원해 본회의장 입구를 봉쇄하는 등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오후 늦게 열린 양당 총무 협상이 결렬되고,박관용(朴寬用)의장이 "31일 오전 10시 개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단독국회를 열어 해임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 국회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해임안 처리 안되면 다시 낼 것"=한나라당은 해임안 관철을 다짐했다. 박관용 의장이 31일 오전 10시 단독국회를 열어 오후 2시까지 국회법에 따른 표결 처리를 하겠다고 약속한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31일에는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며 "안될 경우 다시 내겠다"고 강공 의지를 밝혔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정치공작·정치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국법 질서를 바로 세우고 검찰 중립화의 초석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의총에서 徐대표는 "대통령선거가 4개월도 채 안남은 시점에서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살아 숨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요원 등 8개 저지조를 편성해 해임안 상정을 막기 위해 보초 서는 민주당의 반의회주의적 잣대가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냐"며 "집권여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것은 기네스북에 올라갈 저질스러운 작태"라고 공격했다.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 이재오(李在五)단장도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5일부터 기소중지됐던 김대업씨가 다음날인 6일 대한항공을 이용, 미국을 방문했다"며 "이와 관련된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金씨를 비호하는 金장관을 해임시키자"고 외쳤다. 한나라당은 일단 의원들에게 의원회관 주변에 대기토록 했다. 31일에는 표결 강행을 위해 오전 9시30분까지 모두 국회로 나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31일까지 철야 저지"=민주당은 오랜만에 일치단결했다. 당 지도부는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소집해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의총 도중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지며 의원들의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우려했던 한나라당 일당독재가 현실화되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 있다"며 "비장한 각오를 하고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도 "이회창 후보의 협량정치가 힘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결과"(金聖順의원), "무정부 상태이자 정부 전복 기도"(朴柱宣의원),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林采正정책위의장)라는 등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오후 들어 '실전태세'에 돌입했다. 우선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 등 1백여명이 국회 본회의장 앞을 가로막았다. 이들에게는 해임안 처리 시한인 31일 오후 2시35분까지 24시간 자리를 지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는 임무가 주어졌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韓대표를 비롯해 김옥두(金玉斗)·박양수(朴洋洙)·이윤수(李允洙)·원유철(元裕哲)·심재권(沈載權)·이상수(李相洙)·전갑길(全甲吉)의원 등이 의장석 주변을 지켰다.최영희(崔榮熙)·조배숙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원기(金元基)고문과 김원길(金元吉)·설송웅·김희선(金希宣)·김윤식(金允式)·곽치영(郭治榮)·남궁석(南宮晳)의원 등은 오후 1시쯤 국회 본관에 모습을 드러낸 박관용 의장을 담당했다. 이들은 오후 2시쯤 국회 후생관에서 열린 수재민 돕기 바자까지 朴의장을 따라다니며 의사진행 시도를 원천 봉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韓대표의 출판기념회에도 조별로 인원을 나눠 교대로 참석했다. 민주당 측은 총무회담 결렬 직후와 저녁 식사 후 다시 의총을 여는 등 경계태세를 유지하다 밤 10시쯤 국회를 떠났다.

나현철·고정애·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