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 심각… 터널·교량도 붕괴 위험 北 철도 사실상 새로 건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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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남북한 간에 경의선 연결작업 재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러시아가 추진 중인 TKR와 TSR 연결계획도 가시권에 들게 됐다.

마침 러시아를 방문했던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박사를 통해 러시아가 동해선과 경의선 중 경의선을 활용한 연결방안을 사실상 결정하고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져 TSR 연결작업이 머지않아 본격화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동해선 대신 경의선 노선을 택한 것은 동해선 포항~삼척간 1백71㎞와 강릉~군사분계선간 1백27㎞ 등 국내에서만 무려 3백㎞ 가량이 끊어져 있어 이를 연결하는 데만 최소 7~8년이 소요될 것이란 판단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등과 TKR 연결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로선 당장 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벌여 우선권을 확보하자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 안박사의 분석이다.

◇북한 철도실태=러시아는 지난해 9월과 10월 러시아 철도전문가 2백여명을 동원해 북한 철도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조사대상은 평강~원산~나진~두만강을 잇는 7백81㎞구간이었으며 실사와 항공사진 촬영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북한 내 노선으로는 함북선·평라선·경원선 구간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공식 조사결과는 밝히지 않고 있으며, 당시 조사관계자들을 통해 일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북한 철도는 사실상 새로 건설해야할 만큼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조사구간 내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30㎞에 불과했고 5~15㎞로 떨어지는 구간도 있다. 전력 부족으로 정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일부 구간은 제대로 다듬은 철도 침목이 아닌 통나무로 대체돼 있었으며, 구간 내 터널과 교량도 붕괴위험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안박사는 "러시아 측에 자료공개를 요구했으나 북한 측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철도 개량방안=러시아 측은 당초 남·북한이 사용 중인 철로 궤도인 표준궤(궤도폭 1천4백35㎜)와 러시아쪽 궤도인 광궤(1천5백20㎜), 그리고 이를 혼합한 방식을 검토했으나 표준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북한 내 해당 철도 노선의 개량 사업비로 약 24억9천6백만달러(약 3조1천2백억원)가 소요되고 공사기간은 3~5년으로 추산하고 있다.

안박사는 "러시아는 철도 연결 이후 컨테이너 운송규모를 2005년 10만TEU, 2010년 23만7천TEU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표준궤 방식으로 하면 11년 정도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해당한다.

한편 러시아는 공사비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와 북한, 경우에 따라 일본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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