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암 환자 관리 시급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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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호 34면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이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암 사망률이 높은 원인 가운데 하나가 진행암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

세계 각국이 암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고무줄 통계’라는 비판에 휘말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암 통계에 생존율이 높은 조기암과 생존율이 낮은 진행암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간된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2009년 12년)에는 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들어 있다. 췌장암 7.6%, 폐암 16.7%, 간암 21.7%, 유방암 89.5%, 갑상샘암 98.8%까지 생존 확률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조기암(early cancer)과 진행암(advanced cancer)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실제 4기 진행암만 보면 암 종류에 관계없이 5년 이후 생존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민에게 보여지는 통계는 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노력으로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진행암에 대한 치료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는 진행암에 대해 ‘진행암을 치료하는 법은 없다(Advanced cancer cannot be cured or uncontrolled with treatment)’라고 홈페이지에 기술하고 있다. 또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도 ‘진행암은 치료할 수 없는 암이다(Advanced cancer cannot be cured)’라고 2010년 협회 진행암 개관(Advanced Cancer Overview)에서 밝히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암이라는 질병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주기적으로 암 통계를 발표한다. ‘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SEER)’라는 프로그램은 국민도 접근할 수 있는 전문화된 암 통계다. 여기서는 암 발생률과 유병률, 그리고 진단 시 병기와 병기별 생존율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폐암은 병기별로 분류하지 않은 전체 5년 생존율은 15.8%이지만 초기 폐암인 경우 진단 시 전체 폐암의 15%를 차지하며, 5년 생존율은 52.9%다. 그러나 진단 시 원격전이가 된 경우는 전체 폐암 환자의 56%를 차지하며 5년 상대생존율이 3.5%다. 암 환자와 가족들은 이런 전문적인 통계를 보며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한다.

위 폐암의 예에서 보듯 병기별로 분류한 통계는 전체 생존율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국민에게 좀 더 정확한 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체 암 환자를 합친 통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암 종류별, 병기(病期)별로 세분화된 통계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암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세분화된 통계는 치료되는 암과 그렇지 않은 것을 평가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발전한 암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암치료 역시 병기별 전문화가 필요하다. 암 정책의 중점을 대규모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암의 조기진단이 늘고, 조기암의 치료 성적이 좋아진다는 통계가 나온다고 해도 진단 시 이미 원격전이가 되었거나 재발한 경우 특히, 항암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진행한 환자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진행암 환자들에게는 조기 암 치료 성적은 별로 의미가 없다. 진행암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암 통계를 하루빨리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암 환자들에 대한 최선의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국제 암 관련 저널에서 아직 단일 치료로 원격전이암(진행암)을 재현성 있게 완치했다는 보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항암 실패 4기암은 곧 죽음으로 인식했다. 최근 항암 1차 실패 4기암에 대해서는 완치 환자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이제 항암 1차 실패 4기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암센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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