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조세 부담금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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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획예산처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각종 부담금의 실태를 분석해 작성한 종합보고서는 준(準)조세의 대표선수격인 부담금이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운용돼 왔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부담금은 1961년에 처음 도입된 이래 종류와 징수액이 해마다 늘어났다. 선거 때면 정당들마다 준조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97년에 92개 부담금,4조7천억원선이던 징수액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종목은 9개, 징수액은 30% 이상 늘어났다. 특히 2001년에는 징수액이 한 해 동안 2조1천억원(51.1%)이나 증가했다.

돈의 용도와 거두는 대상이 제한돼 있어 목적세적 성격이 강한 부담금은 나름대로 설치 이유가 있다. 국가 예산으로 부족한 각종 인프라 구축과 환경·문화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부담금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처마다 다투어 부담금을 만들다 보니 종류나 징수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조성 및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1백1개 부담금 가운데 32개는 지난 2년간 징수액이 한푼도 없어 사실상 용도폐기된 것이다. 돈을 잘못 거둬 행정심판 등을 통해 되물어준 환급액이 2백41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허술한 운용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부담금의 신설을 억제하고 운용실태를 국회에 보고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도입됐던 부담금을 건별로 분석해 폐지·통합 등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꼭 필요한 것은 입법절차를 거쳐 세금으로 돌리되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부담금은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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