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정상회의 첫날]빈국지원 놓고 선진국간 마찰 EU "확대"에 미국 "先 부패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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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하네스버그=외신종합] 지구촌 최대의 환경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일명 지구정상회의)'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됐다.

세계 1백6개국 국가원수·총리를 비롯한 1백89개국 정부대표와 6만5천여명의 비정부기구(NGO)참석자들은 다음달 4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정상회담 선언문'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한다. 한국에서는 김명자(金明子)환경부 장관 등 3백60여명이 참석했다.

◇"지구촌 격차 극복하자"=회의 주관국 남아공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지구촌은 빈곤층의 바다 위에 극소수의 부유층이 섬처럼 떠 있는 불안정한 곳"이라며 "적자생존이라는 야만적인 원칙에 기반해 만들어졌던 세계질서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부시 불참 안좋은 신호"=선진국과 개도국은 회의기간 내내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공적개발원조(ODA) 확대▶개도국 상품의 선진국 수출 확대▶에너지 및 농업보조금 축소 등을 주장하는 개도국과 이를 반대하는 선진국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내에서도 빈국(貧國)지원 문제를 놓고 확대를 주장하는 유럽연합(EU)과 이에 부정적인 미국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빈곤국가가 부패청산 및 개혁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성과가 있을 경우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EU는 화급한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단 제한조건 없이 지원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의무적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며 EU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영국 대표단은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자격으로 참가한 얀 프롱크 네덜란드 환경장관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포함, 과학자 1백여명은 회의 개막 전인 지난 25일 각국 지도자들에게 "지구를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유엔은 개발도상국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백18개 협력계획을 25일 확정했다. 계획 중에는 유럽 내 중고 자전거 아프리카 제공, 환경과학 인력 육성 등이 포함돼 있다고 유엔 사무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테러·시위 대비 비상=남아공 치안 당국은 초비상 경계에 들어갔다. 행사장 주변에 8천여명의 경찰을 배치했으며 1백6명의 정상급 국가대표들이 벌이는 차량 퍼레이드를 위해 감시용 무인 비행기도 띄울 예정이다. 한편 그린피스 대원 12명이 케이프타운 근처 핵발전소에서 반핵 시위를 시도하다 체포됐으며 요하네스버그 주변 우범지역에서는 마약 및 총기류 단속과정에서 2백78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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