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첫 구호정상회담, 새 가능성에 기대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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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해찬 국무총리가 남아시아 참사에 대한 국제지원 대책을 논의할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3(한.중.일).미국.호주.뉴질랜드.인도.몰디브.스리랑카.유럽연합(EU) 의장국과 유엔.세계보건기구.아시아개발은행.세계은행 대표들이 참석한다.

냉전 종식 뒤 숱한 정상회담과 국제회의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륙과 종교, 경제 수준의 차이를 넘어 전 지구촌이 하나가 돼 특정지역의 긴급구조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지구촌 주요 행위자들이 세계화가 강대국만의 지배논리가 아닌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지구촌 공동 번영의 논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남아시아 참사 이후 각국의 구호금 지원 경쟁 또한 우리에게 인류가 이제 새로운 형태의 외교전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새천년의 시작을 9.11 테러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일방주의,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 이념의 대립 등으로 맞으면서 세계를 이끌 진정한 리더십의 실종을 목격한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비록 일본이 동남아 지역과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0.014%에 해당하는 5억달러를 구호금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도 5000만달러(0.0081%)를 내놓기로 하고 중국이 6300만달러(0.001%)를 내놓은 것도 프랑스.영국이 각각 GDP 대비 0.006%, 미국이 0.003%를 출연한 것과 비교해 아시아 각국들이 성장하는 국력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아시아의 성장과 민주주의의 힘이 결국 지구촌을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재난 구호 정상회담을 통해 인류가 세계화와 개방, 민주주의의 이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구촌 공동의 의무도 담보하며 기여하는 새로운 세계 건설의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