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紙 의상전'여는 패션 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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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북 전주시 전양배씨

"한지(韓紙)는 멋스러운 형태·아름다운 색깔 등을 때깔나게 살릴 수 있어 옷의 소재로는 정말 그만입니다."

전북 전주시 공예품전시관에서 '한지 의상전'(8월 10일~9월 10일)을 열고 있는 전양배(全亮培·36)씨. 全씨는 전통 한지 의상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한지를 꼬아 만든 지포(紙布)로 실용적인 조끼·니트는 물론 화려하기 그지없는 웨딩드레스며 연주복·파티옷 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지포는 기본적으로 종이여서 생동감 넘치는 문양과 염색이 가능합니다. 형태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조형성이 뛰어나죠. 또 일반 옷에 비하면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착용감도 참 좋습니다. 돌아가신 성철 큰스님이 한지 두루마기를 끔찍이 아끼고 즐겨 입었던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지 옷의 매력에 흠뻑 빠진 全씨는 최근엔 수의(壽衣) 제작에 심혈을 쏟고 있다.

"한지는 땅속에 들어가 1~2년 지나면 완벽하게 삭아 없어질 만큼 잘 썩습니다. 중국·동남아 등에서 주로 들여온 삼베로 만든 수의는 한 벌에 최고 수백만원, 보통 1백만원 안팎입니다. 하지만 한지로 만든 수의는 한 벌에 40만~60만원에 불과합니다."

全씨는 지포로 제작한 각종 의복이 널리 쓰이면 사양길에 접어든 전통 한지산업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수의 한 벌을 만드는 데 한지 일백여 장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그가 한지 옷에 눈을 뜬 것은 1998년. 제1회 전주종이축제에서 '한지패션쇼'를 기획한 게 계기였다. 한지의 특질과 멋에 매료된 그는 이후 한지 옷의 전도사가 됐다.

全씨는 "일반인들의 우려와 달리 한지 옷은 3시간 이상 삶아도 풀어지지 않으며, 어느 한 부분이 잘려도 옆올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패션계가 최근 첨단 신소재를 찾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지야말로 최고 경쟁력을 지닌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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