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정상회의, 헛잔치 안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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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1백89개국 정부 대표를 비롯해 6만5천여명이 참석하는 지구정상회의가 오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다. 우리는 이 거대한 환경회의가 겉치레의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명실공히 강력한 실천력을 담보하는 지구환경개선책을 내놓게 되길 바란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해온 경제성장과 개발로 멍든 지구는 인류의 재앙에 대한 경고등을 켠 지 오래다. 그러나 지구촌 차원에서 세계 각국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담 이후 개선된 것은 별로 없다. 연간 물 오염으로 2백20만명, 대기 오염으로 3백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올 여름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의 나라들을 떨게 만들었던 홍수 역시 환경파괴가 가져온 기상이변이었다.

리우 환경회의가 위험에 빠진 지구의 당면 과제를 제기했다면, 이번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 각국이 한 배에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해 자구책 마련에 힘을 모을 것인지, 자국의 눈 앞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에 따라 회의의 성과는 갈릴 수밖에 없다.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교토의정서는 미국의 탈퇴로 반신불수가 돼 버렸고, 선진국들이 합의했던 개도국 원조액도 네덜란드 등 5개국만이 목표치를 달성했을 뿐일 정도로 리우 회의의 결과는 비참하다. 요하네스버그 회의가 리우 회의를 답습해서는 지구촌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합의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특히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개발성장=환경파괴'의 원죄가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책임 또한 막중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성장을 통한 지구촌 빈곤퇴치나 기존 발전전략은 자칫 세계인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요하네스버그 회의의 성공적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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