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보관 이례적 문책성 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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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2일 단행된 재경 지청장급 이하 중간간부와 평검사 2백53명에 대한 인사를 두고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부임한 성영훈(成永薰)법무부 공보관이 6개월 만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임 공보관들이 서울지검 부장검사 등 요직으로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문책 인사의 성격이 강하다. 강직한 성품에다 꼼꼼한 업무로 호평을 받았던 成공보관은 전임 송정호(宋正鎬)법무부장관 시절 "김홍업씨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법무부측에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 발동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책임을 지고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 관련 수사를 맡은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직속 상관인 김회선(金會瑄)3차장은 본인 스스로 보직 이동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金차장은 "지난 6개월이 6년처럼 느껴졌다. 어려운 때 나혼자만 빠지는 것 같아 수사팀에 미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가요계 비리 수사를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김규헌(金圭憲)서울지검 강력부장은 충주지청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평소 기자들에게 "근본을 파헤쳐야 연예계가 몇년 동안이라도 깨끗해질 것이다. 내가 잡으려고 마음먹은 사람 중에 못잡은 사람이 없다"며 강한 수사 의지를 표명해왔다.

金부장은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큰 줄기를 잡은 만큼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등은 그의 인사이동에 한숨 돌리는 표정이다.

이번 인사에선 서울지검 동부지청 조희진(趙嬉珍)검사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부장급인 서울고검 검사로 승진했다. 여성 검사 67명 중 최고 선임자인 趙검사가 앞으로 부장검사에 오를지도 관심 대상이다. 趙검사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검사가 되고 싶다. 여성이 해보지 못한 특수수사 분야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측이 성원그룹으로부터 14억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 김홍업씨 구속에 큰 역할을 했던 김수목(金壽穆)광주지검 부부장(대검 파견)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金검사는 사직 이유를 '경제적 사정'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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