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CEO 선임 민영 KT 이용경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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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용경(李容璟·59) 신임 KT 사장을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단아한 선비'의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해맑은 얼굴과 조용조용한 말투에서 그런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경영 스타일도 독단을 배제하고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좋아한다.

<관계기사 e7면>

하지만 민영 KT의 첫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20일 임시 주총에서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李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KT 주가 부양을 위해 현재 49%로 제한돼 있는 외국인의 지분 취득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李사장은 "이를 위해 다른 통신사업자들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민간기업이 된 KT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CEO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 셈이다. 민간기업 KT가 향후 어떻게 나아가고, 李사장이 어떤 경영을 펼칠지를 잘 보여준 것이다.

李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T는 앞으로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는 상품을 사는 고객(소비자)과 주식을 사는 고객(주주)이 있다"며 "고객 위주로 경영을 펼치면 공기업의 때를 벗고 수익성 있는 민간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李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기술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민간기업이 된 KT가 곧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李사장은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의 개인 역량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긴밀히 협조하겠지만 과거처럼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인 SK텔레콤과의 주식 맞교환 문제는 "SK텔레콤이 의지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사장은 "앞으로 KT가 초우량 글로벌 통신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유·무선 통합서비스, 비즈니스 솔루션 등 미래 수종(樹種)산업을 찾는 데 힘을 쏟겠다"며 자신의 할 일을 설명했다.

李사장은 진작부터 KT 사장 물망에 올랐다. 통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글로벌 마인드 때문이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전자공학)를 받은 뒤 AT&T 벨연구소 등에서 14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한, 자타가 공인하는 통신 전문가다. 한국통신(현 KT)과는 91년 인연을 맺어 연구개발단장·무선통신개발단장 등 기술분야 요직을 역임했다. 2000년 3월에는 자회사인 KTF 사장에 취임했다.

해외에서의 활동도 도움이 됐다. 2000년 9월부터 1년간 국제전자상거래연합회(GBDe) 세계 공동의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유엔 정보통신기술위원회(ICT)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李사장은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면 '꿍따리 샤바라'와 '짱가'를 즐겨 부른다. 참석자 모두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곡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산 규모(23조원)면에서 재계 6위 그룹의 수장이 된 이용경 사장이 앞으로 임직원 모두가 신명나게 일하도록 만들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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