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으로 맺은 한 - 몽골 큰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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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달 30일 몽골의 수도?울란바토르에서 1백80㎞?떨어진 인구 4천5백명의 광산촌 자마르. 후원?아동을 만나기 위해 몽골을 찾은 한국인 사업가·의사·교사 등 13명은 허름한?시멘트?블록 가옥에서 만난 오용 이르텐(12·여)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언청이에다 손가락도 제 모양을 가진 것은 7개뿐인 소녀였기 때문이다. 오용은 두살 때부터 시작된 관절 통증을 견디다 못해 지난 몇년간 손가락을 잘라냈다.

오용의 딱한 처지를 본 조영석(60·사업)씨는 "아프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겠다"며 즉석에서 후원을 자청했다.

국제 민간구호단체인 '국제기아대책기구'의 몽골 어린이개발사업(CDP) 신규 사업장인 이곳 자마르에는 오용처럼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4백여명의 어린이들이 외국 후원자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몽골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펴는 바람에 현재 15세 미만의 아동은 전인구의 50%인 1백10만명에 달하지만 적지않은 숫자가 가난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원 4백여명은 1999년부터 매달 2만원의 후원금을 보내 이런 어린이 4백30명을 돕고 있다. 2만원은 몽골 직장인 평균임금의 4분의1 정도 되는 금액이다.

5박6일간의 일정 동안 한국인 후원자들은 기존의 후원 아동들도 만나 격려했다.

김균융(63·회사원)씨는 울란바토르 근처 종모드에 사는 알탕후(13)를 만나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2주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나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자마르 지역의 아동과 결연을 한 이정호(34·의사)씨는 내년에 의료진을 조직해 의료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고, 이번에 3명의 어린이를 돕기로 한 정표(33·사업)씨는 2~3년 뒤에는 식수가 부족한 이곳에 우물을 파는 봉사를 할 생각이다.

89년 결성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http://www.kfhi.or.kr/02-544-9544)에서는 4천6백여명의 후원자들이 아프리카·아시아·남미 지역의 12개국 5천여 아동을 돕고 있다.

자마르(몽골)=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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