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꿈은 이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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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대 김영옥이 버저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의 단짝 공격 파트너 샌포드도 서툰 한국말로 "이겨따!이겨따!"를 외쳤다. 현대가 꿈에 그리던 챔피언 트로피에 첫 키스를 했다.

현대는 16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삼성생명을 79-69로 꺾고 3승1패로 우승했다. 실업시절을 포함, 창단 16년 만에 첫 우승이다. 현대에 몸담은 11년 동안 우승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주부선수 전주원을 포함, 현대의 노장 선수들은 박종천 감독을 헹가래치며 모두 눈물을 흘렸다. 전주원은 "그동안 내가 너무 불쌍했던 것 같다. 이제는 행복하다"고 감격해 했다.

MVP로 뽑힌 김영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우승은 처음 하기가 어려울 뿐 앞으로는 계속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천 감독은 "네차례 챔프전에서 모두 패했던 선수들이 한을 풀었다"고 했다.

41-46으로 뒤진 채 시작한 3쿼터부터 샌포드와 김영옥의 불같은 득점 레이스가 시작됐다. 거구 샌포드의 헌신적인 스크린을 이용한 다람쥐 같은 김영옥의 골밑슛이 몇차례 계속되면서 삼성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4분 만에 현대는 53-49로 앞서나갔다.

삼성이 55-53으로 역전시키자 김영옥-샌포드의 위력이 다시 발휘됐다. 현대는 3쿼터의 마지막 4분30초 동안 삼성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연속 10득점, 63-55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삼성으로선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전날 체력을 소모한 김영옥과 샌포드가 벤치로 나간 2쿼터 삼성은 변연하를 앞세워 10여점차로 앞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미세한 몸싸움에 심판의 휘슬이 삼성 쪽으로 집중됐다. 삼성 선수들은 파울 트러블에 경기가 위축됐다.

성호준·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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