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이인제박근혜·이한동>4자 연대+α 윤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3 신당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6일 민주당 내 충돌과 안동선(安東善)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제3 신당 관심 세력들이 기다렸다는 듯 모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상당 기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정몽준(鄭夢準)의원이 지리산에서 합류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이인제(仁濟)의원 측은 '제3 신당 대표자 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따라서 제3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세력은 이한동(漢東)전 총리, 박근혜(朴槿惠)·정몽준·이인제 의원 등이다.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자민련과 김윤환(金潤煥)대표의 민국당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제3 신당의 출현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신당의 이념은 이들 세력의 평소 주장에 비춰 '국민 통합'이 공통 분모가 될 것 같다.

연말 대선에서 신당이 표방할 노선은 '반(反)이회창-비(非)노무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가 먼저 나서 주도해 나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제일 급한 것은 이인제 의원 측이다.

이들은 원래 단계적 탈당을 통해 신당 세력을 규합할 생각이었지만,'경선 불복론'의 역풍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당내에 남아 신당 대표자회의부터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한동·정몽준·박근혜 의원은 의원이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특히 朴의원은 의원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총리 측은 신당이 '충청도 지역당' 이미지로 왜소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누가 주도하는 것보다 모든 세력이 함께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참여는 하겠지만 스스로 앞장서는 데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鄭의원이 주도할 경우 그의 지지도에 압박을 느낀 다른 세력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 진영보다 이들을 모두 아는 초(超)정파적 중진 정치인이 막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제3 세력의 예비 주자들이 개인적 친소 관계에 따라 1대1 회동으로 뜻을 모아가는 지루한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대 난제는 누구를 대선 후보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신당의 성격상 완전한 국민경선도, 전국의 대의원들에 의한 선출 방식도 모두 어렵다. 현재로선 참여하려는 인사들은 대부분 자기가 후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예비 주자들의 기 싸움과 양보와 타협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당은 난기류에 휩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신당을 움직일 자금을 댈 것이냐도 추진 세력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