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 25㎝… '魔의 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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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페어웨이 폭이 9~18m에 러프의 길이는 25㎝(사진).

국내에도 '마의 러프'라고 할 만한 공포의 코스가 등장했다.

경기도 안산 제일골프장(파72·6천3백49m)은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제20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5억원)을 치르기 위해 코스관리에 돌입했다. 지난 6월부터 페어웨이를 제외한 러프의 잔디를 깎지 않아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대회준비위원회는 "대회 때 긴 러프 때문에 경기가 지연될 것을 감안해 브리티시 오픈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포어캐디(코스에서 선수들의 공을 찾아주는 도우미)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동해오픈 관계자는 "최근 국내선수들의 해외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서 대부분 해외의 메이저대회는 골프코스가 긴 러프와 빠른 그린이 필수조건으로 돼 있지만 그동안 국내사정은 달랐다. 국내에서도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국내대회 사상 최초로 긴 러프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한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한 강욱순(37·안양베네스트)은 "14일 연습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사용하니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릴 확률이 40%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러프에 빠지면 롱아이언을 잡을 수 없고, 쇼트아이언을 잡아야 했다"면서 "드라이버를 잡을 수 있는 홀이 몇홀 없었지만 국내대회도 이런 코스에서 정확한 샷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고심하는 골퍼들도 많다. 주로 노장층인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힘좋은 후배들에게 밀리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걱정하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는 "소문을 듣고 '나도 한번 그런 곳에서 쳐보자'며 찾는 골퍼들이 많다"면서 "중상급자들은 긴 러프를 반기지만 여성들과 초보자들은 불평한다"고 말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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